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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보는 눈

우리는 일반적으로 누군가 좋은 평가를 할 때 '사람 좋아 보인다'고 한다. 

'좋아 보인다'는 말은 단순히 사물을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말할 때의 매너나,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 또는 지금까지 살아 온 이력 등 그 사람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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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은 사정이 달라진 것 같다.

우선 비주얼이 갖춰져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비주얼'이 전부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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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라는 명제가 들어 맞는 세상인 것이다.

그런데 이말은 사전적으로
① 내용이 좋으면 겉모양도 좋아보인다
② 겉모습을 꾸미는 곳도 내용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렇게 두 가지의 뜻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최근 경향은 두 번째 의미가 대세인 듯 하다. 취업을 위한 면접에서도 말로는 능력 위주의 평가를 한다지만, 능력이 평준화 되다보니 뚜렷한 변별력이 없으면 외모를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의 생김새가 재판의 결과에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잘생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양형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설마 장동건처럼 잘 생긴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을까?'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외모 지상주의가 시대의 흐름이 되었을까?


'빛 이야기'를 쓴 밴 보버(Ben Bova)는 인간이 색각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나무 위에서 생활하던 원시 영장류들이 열매를 찾고, 그 열매를 먹을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인류학자 칼턴 쿤 또한 인류를 지구의 지배자로 만든 다섯 가지 요인 중 하나로 '초점이 잘 맞는 눈'을 꼽았다.



다음의 예를 보자.

내가 어떤 모임에 갔다. 그리고 눈을 감고 아는 사람을 찾는다. 목소리로 찾을 수야 있겠지만 소음 때문에 찾기가 쉽지 않다.

일일이 사람을 만지거나, 냄새를 맡거나, 혀로 맛을 보면서 사람을 찾는다면...?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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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번엔 눈을 뜨고 사람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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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쓱 훑어보니 공간의 배치 상황과 사람들의 위치가 파악된다. 그저 한 번 쳐다보는 것으로 모든 상황이 해결된다.​

시각은 다른 감각을 통한 정보보다 훨씬 정확하고 많은 정보를 제공하며, 주위의 상황 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기에 가장 유리한 특성을 갖고 있다. 실제로 신경생리학자들은 눈(망막)은 다른 감각 기관과는 다르게 뇌의 일부인 전두엽이 변형된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뇌에서 가장 최근에 발달한 대뇌의 전두엽은 인간이 창의적인 생각과 의식적인 판단을 내리게 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시각은 다른 감각적인 정보를 통합하고 총체적으로 반응하기에 최적화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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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정을 두고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시각적인 표현으로 의식적인 판단의 근거를 찾고 의지하게 된다. 

사람의 시각은 열매가 잘 익었는지, 썩지는 않았는지, 독이 든 것은 아닌지의 판단을 위해 사용되었던 수만 년 전과 같이 고민하고 선택해야 하는 대상이 바뀌었을 뿐,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최적화 된 정보를 찾아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달되어 왔다.​

이러한 과정은 영화나 드라마 같은 매스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이루어졌음은 당연하다. 영화 속 주인공은 거의 모두 인격적으로 완벽하고, 어떤 환경도 이겨내고 마침내 선공한다. 심지어 그는 잘 생겼다. 이러한 과정이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이제 영화를 보는 주체들은 나도 주인공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내면화시킨다. 실제 생활에서 연예인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성공하였는가의 문제보다는 '매체 속 주인공'의 성공 신화에 갇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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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이 '보기에 좋은 떡이 맛도 좋다'라는 말의 첫 번째 의미 '내용이 좋으면 겉모양도 좋아 보인다'라는 의미를 무색케 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의 시각은 균형점을 이루려는 본능적인 시도를 하게 되어 있다. 오달수, 유해진 등 명품 조연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가 주목 받고 있지 않은가? 내용이 좋으면 겉모양도 좋아보인다! 시각적인 요소에 너무 의지하기 보다는 배우가 살아온 역사, 각고의 노력을 경험적으로 활용하여 성공한 개성적인 이면을 보는 것은 어떠한가?

에디터
편집
두민철
장미희

ⓒ cocory